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학을 권했다가 벌어진 일

날아라ike 0 22 03.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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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젊은 애 인생 망칠 일 있어요?"

몇 해 전의 일이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어느 고3 수험생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철이 일찍 들었고 눈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더욱이 고향 부산에 대한 애착도 상당했다.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기에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로의 진학은 떼어놓은 당상.

그와 그의 부모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그러지 말고 부산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같이 식사하던 일행들이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느냐"며 쏘아붙였다.

뜻밖의 제안에 그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능 만점자가 지방대학에 가는 것이 과연 인생을 망치는 일인지는 지금도 납득 되지 않는다. 이 일이 있고 얼마 뒤 그는 '예정대로' 서울대 교문을 밟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을 선택한다면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 진학을 권유한 필자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수능 만점이라는 그 놀랍고 특별한 재능은 서울에 발을 들이는 순간 크립토나이트 앞에 선 슈퍼맨처럼 평범해지지 않았을까. 그는 부산도 아닌 그저 경상도에서 온 어느 유학생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총명하고 깨어있기에 분명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룰 것이다. 로스쿨에 진학해 훗날 명망 있는 법조인이 되거나 MZ세대답게 창업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대기업 임원으로 영예롭게 퇴직할 수도 있으리라. 적어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를 얻는데는 조금의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만일 그때 서울이 아닌 지방을 선택했더라면 그의 미래는 어떠할까. 수능 만점자가 지방에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서울과 지방을 가르는 철벽에 균열을 내는 상징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학업에 갈증을 느낀다면 시민기금과 시민추천으로 하버드대학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엔들 못 보내주랴.

그런 그에게 주어질 선택지는 판·검사나 대기업 임원보다 더 가치 있고 영향력 있는 미래일 것임은 자명하다.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 진학을 권유한 본질은 경계를 뛰어넘는 리더가 되어 서울과 지방의 벽을 허물어 달라는 당부였다.

2022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의 성적표가 나왔고 치열한 정시모집 전형이 시작됐다. 서울이라는 좁은 우물이 아닌 더 넓은 세상에 뛰어들 지역 인재의 출현을 꿈꿔본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8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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